먼저 파고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서양에서는 보통 동양의 불탑을 가리키고,, 미얀마에서 파고다는 불탑을 포함해서 좀 더 넓은 범위의, 석가모니의 덕을 기리기 위해 사리를 묻고 세운 건축물들을 의미합니다. 미얀마의 랜드마크이자 불교의 성지, 쉐다곤 파고다는 양곤 시내를 내려다보는 싱구타라 언덕 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이 황금빛 불탑은 미얀마 불교의 심장부로, 2500년이 넘는 오래된 역사와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시작: 붓다의 머리카락 여덟 개
쉐다곤 파고다의 역사는 미얀마 불교의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6세기경 두 형제 상인이 붓다로부터 그의 머리카락 여덟 가닥을 받아 이곳에 모셨다고 합니다. 이후 수세기에 걸쳐 파고다는 점점 더 커지고 화려해지다가,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15세기 몬족의 여왕 신소부 때부터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체중만큼의 금을 기부해 파고다를 개축했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쉐다곤은 '황금 파고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건축학적으로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특유의 종 모양 불탑 양식을 대표합니다. 높이 99m에 이르는 주탑은 순금으로 도금되어 있으며, 꼭대기에는 5,448개의 다이아몬드와 2,317개의 루비, 사파이어, 토파즈가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파고다 주변에는 64개의 작은 불탑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미얀마의 전통적인 우주관을 표현한 것입니다. 각 불탑은 미얀마의 지역이나 민족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미얀마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건축 과정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일화도 있습니다. 17세기 포르투갈의 모험가 필리프 드 브리토 이 니콧이 파고다의 종을 훔쳐 달아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가 침몰하면서 종은 강바닥에 가라앉았고, 이후 미얀마 왕이 대군을 동원해 종을 건져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사건은 미얀마인들에게 쉐다곤 파고다의 신성함을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불교 신자들의 성지
쉐다곤 파고다는 살아있는 신앙의 중심지입니다. 미얀마 불교도들에게 이곳은 일생에 한 번은 꼭 방문해야 할 성지로 여겨집니다. 매일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하고 명상하며, 공양을 올립니다. 파고다 내부에는 붓다의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언급한 붓다의 머리카락 8가닥 외에도, 과거 세 분의 붓다가 사용했던 지팡이, 물 거르는 그릇, 가사의 일부가 있다고 합니다. 이 유물들의 존재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신자들의 믿음은 확고합니다. 그리고 쉐다곤 파고다에서는 미얀마의 독특한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에서는 자신의 생일 요일에 해당하는 동물상 앞에서 기도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파고다 주변에는 8개의 방향제단이 있는데, 각각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상이 있어 신자들이 자신의 생일 요일에 맞는 제단에서 기도를 올립니다. 수요일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두 개의 동물상이 있다는 점도 재미를 더 해줍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일화로, 1990년대 중반 군사정권 시절 쉐다곤 파고다 주변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있었습니다. 당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끈 시위대는 파고다의 신성함을 이용해 군부의 폭력 진압을 막으려 했습니다. 불교 성지인 쉐다곤 파고다에서는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이는 쉐다곤 파고다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미얀마 국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쉐다곤 파고다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돌은 마하간다라 종 아래에 있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화를 입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여행자를 위한 관광가이드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파고다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미얀마의 더운 날씨 때문에 대리석 바닥이 뜨거울 수 있으니, 양말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파고다 내부에 들어서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불탑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불상들, 정교한 조각들, 화려한 벽화들을 놓치지 마세요. 특히 저녁 무렵 방문하면, 석양에 물든 황금 불탑의 모습이 일품입니다. 이곳에서는 ‘물 뿌리기 의식’ 같은 독특한 체험도 가능합니다. 자신의 생일 요일에 해당하는 불상 앞에서 준비된 국자로 물을 뿌리며 소원을 비는 것인데, 이는 미얀마인들의 정화와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파고다 주변에는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 불교 용품이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얀마 전통 수공예품인 칠기나 목각 제품들이 인기가 많은데, 구매할 때는 가격 흥정이 필수라는 점,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쉐다곤 파고다에는 '행운의 새'라고 불리는 비둘기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도 하나의 공양 행위로 여겨지는데, 모이를 파는 상인들과의 흥정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의 현대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1946년 아웅산 장군이 이곳에서 연설을 했고, 1988년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중요한 집회 장소였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방문하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파고다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의 영혼이자 정신적 중심지입니다. 2500년이 넘는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 온 이 황금빛 불탑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여행자로서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저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곳에 깃든 미얀마인들의 믿음과 열정, 그리고 역사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불탑 아래에서의 시간이 미얀마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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