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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랜드마크

보로부두르, 천년 역사의 신비를 품은 불교의 보물

by 따말 2024. 10. 13.

인도네시아 자바섬 랜드마크 보로부두르 사원

 

인도네시아 자바 섬 중부에 위치한 보로부두르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으로, 그 웅장함과 신비로움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8세기 건립된 이 거대한 구조물은 불교의 우주관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보로부두르 사원의 매력적인 역사와 건축 구조, 그리고 여행 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천년의 신비로운 역사와 재발견

이 사원은 8세기말에서 9세기 초 사이에 건립되었지만, 그 정확한 건립 연도와 목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가 남아있습니다. 이 거대한 구조물은 수백 년 동안 화산재와 정글에 묻혀 잊혔다가, 1814년 영국인 토마스 스탬포드 래플스 경에 의해 재발견되었습니다. 래플스 경이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것이 세계 최대의 불교 사원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겁니다. 이 사원을 재발견한 이후, 네덜란드 식민지 정부는 이 유적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1835, 네덜란드 정부는 보로부두르의 일부를 파내고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유물들이 도난당하거나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석상들은 유럽의 박물관으로 반출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사원은 재발견된 후에도 한동안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현지 주민들은 이 거대한 구조물을 그저 '오래된 돌무더기'로 여겼고, 심지어 일부는 돌을 가져가 집을 짓는 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일이지만, 당시에는 보로부두르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20세기 초반, 네덜란드 고고학자 테오도어 판 에르프가 보로부두르의 본격적인 복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보로부두르는 점차 그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갔고,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판 에르프의 작업은 현대 고고학의 선구자적인 예로 여겨지며, 그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웅장한 보로부두르의 모습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보로부두르의 역사는 발견과 망각, 파괴와 복원이 반복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보로부두르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입니다.

독특한 건축 구조와 불교의 보물

보로부두르 사원의 건축 구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불교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고, 이 거대한 구조물은 불교의 우주관을 3차원으로 구현해 낸 걸작입니다. 보로부두르는 피라미드 형태의 기단부 위에 세워진 9단의 층계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층은 불교의 세계관을 상징하는데, 아래 6층은 욕계를, 위의 3층은 색계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는 공계를 상징하는 중앙 스투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보로부두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만다라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다라는 불교에서 우주의 구조를 상징하는 도형인데, 보로부두르의 건축가들은 놀랍게도 이를 3차원으로 구현해 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원의 각 층에는 수많은 부조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부조들은 마치 거대한 그림책처럼 불교의 가르침과 부처의 일생, 그리고 자타카 이야기들을 전해줍니다. 2,672개의 부조 패널이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지 상상이 가시나요? 만약 이 모든 부조를 일렬로 늘어놓는다면, 그 길이가 무려 6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부조들 중에는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자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묘사한 부조들이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1200년 전 자바인들의 의복이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심지어 당시 존재했던 배의 모습까지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서, 역사학자들에게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건축적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숨겨진 발'이라고 불리는 부분인데요. 사원의 가장 아래 기단부는 원래 노출되어 있었지만, 후대에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돌로 덮어버렸습니다. 이 숨겨진 부분에도 수많은 부조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20세기 초반 복원 작업 중에 발견되었습니다. '숨겨진 발'의 부조들은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고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카마다투'라고 부르는데, 이는 욕망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분이 왜 일부러 숨겨졌는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구조적 안정성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 부조들의 내용이 너무 세속적이어서 의도적으로 가려졌다고 믿습니다. 이처럼 이 사원은 불교의 철학과 우주관을 3차원으로 구현해 낸 거대한 교육 도구이자 예술 작품입니다. 이 사원을 걸으며 각 층을 오를 때마다, 마치 불교의 깨달음의 단계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방문 가이드: 꼭 봐야 할 것들

사실 보로부두르는 일 년 내내 방문 가능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건기인 4월부터 10월 사이입니다. 이 시기에는 날씨가 맑고 쾌적해서 사원을 둘러보기에 최적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을 잘 아는 어떤 이들은 우기인 11월부터 3월 사이를 추천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이 시기에 보로부두르를 둘러싸고 있는 열대 우림이 가장 푸르고 생기 넘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기라고 해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오후에 잠깐 스콜이 내리고 맑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이 시기의 극적인 날씨 변화가 보로부두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줄 수 보로부두르를 방문할 때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일출을 추천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보로부두르의 모습, 그리고 사원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안개에 싸인 열대 우림과 어우러진 보로부두르의 실루엣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일출 관람 후에는 사원 주변에서 파는 따뜻한 자바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입니다. 보로부두르를 둘러볼 때 꼭 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각 층의 부조들, 특히 카르마위방가Karmawibhangga) 갤러리라고 불리는 숨겨진 기단부의 부조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 부조들은 인간의 업(karma)과 그 결과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각 층을 오르면서 부처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보면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부처상의 수인(손동작)이 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깨달음의 단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사원의 정상에 도달하면, 거대한 중앙 스투파를 만나게 됩니다. 이 스투파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있는데,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도 일품입니다. 보로부두르를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종교적 장소이기 때문에, 적절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릎과 어깨를 가리는 옷을 입는 것이 좋고, 사원의 돌을 만지거나 올라타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로부두르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한데 최소 3-4시간은 잡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뜨거운 날씨를 고려해서 모자, 선크림, 그리고 충분한 물은 필수입니다.

문화적 영향과 현대적 의미

이 사원은 인도네시아 문화와 정체성과 관련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불교 사원이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주를 이루는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먼저,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의 다양성과 종교적 관용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이 거대한 불교 사원이 국가의 자랑거리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국가 모토인 '다양성 속의 통일(Unity in Diversity)'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원은 또한 인도네시아 예술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원의 부조에 새겨진 다양한 모티프들은 현대 인도네시아 예술의 영감이 되어왔습니다. 특히 바틱(batik) 문양이나 전통 공예품에서 보로부두르의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사원은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Waisak)에는 보로부두르에서 대규모 불교 의식이 거행됩니다. 수천 명의 승려와 불자들이 모여 촛불 행진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 행사는 불교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관광 명소로서 국가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오며, 이는 지역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보로부두르의 대중화에 따른 부작용도 있습니다.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한 유적 훼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부터 보로부두르 사원 정상부 입장객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산업 발전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로부두르는 또한 현대 기술과 만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보로부두르의 과거 모습을 재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훼손되거나 사라진 부분들을 가상으로 복원해 볼 수 있는데, 이는 문화유산 교육과 보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1200년 전 자신들의 조상이 이렇게 웅장하고 정교한 건축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긍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현대 인도네시아의 국가 정체성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의 다양성, 창의성, 그리고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보로부두르는 1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바 섬의 열대 우림 속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화산 폭발과 지진, 전쟁과 약탈, 그리고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뎌내며 오늘날까지 그 웅장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에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꼭 보로부두르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새벽녘 안갯속에서 솟아오르는 보로부두르의 모습, 정교한 부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자바 섬의 전경은 여러분의 가슴속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