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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랜드마크

로마의 산탄젤로 성, 황제의 묘에서 국립박물관으로의 역사

by 따말 2024. 11. 26.

대리석으로 장식된 빈틈없는 원형 구조물은 난공불락의 요새의 느낌을 준다. 성의 꼭대기에는 바로크 양식의 천사 미카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적 건축물 산탄젤로 성

 

산탄젤로 성(Castel Sant’Angelo)은 이탈리아 로마의 중심부에 위치한 독특하고 상징적인 건축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거쳐온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이 건축물은 로마의 정치적, 종교적, 군사적 변화를 대변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그 독특한 모습과 깊은 역사적 맥락으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탄젤로 성의 기원, 역사적 변천, 건축적 특징, 그리고 현대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산탄젤로 성의 기원과 초기 역사

산탄젤로 성은 본래 2세기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Hadrian)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하드리아누스는 자신과 그의 가족의 영묘(陵墓)로 사용할 목적으로 이 거대한 구조물을 설계하였고, 이는 135년에 착공되어 13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 이 건축물은 하드리아누스의 영묘’(Mausoleum of Hadrian)로 불리며, 로마 티베르강 인근의 전략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드리아누스의 영묘: 하드리아누스는 건축과 도시 설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황제로 유명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하드리아누스 성벽과 판테온 개축 등 많은 공공 건축물을 남겼습니다. 하드리아누스의 영묘 또한 그의 건축적 비전과 야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 양식을 융합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이 영묘는 대리석으로 장식된 원형 구조물로, 상부에는 황제를 기리는 거대한 청동 조각상이 설치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황제들의 안식처: 하드리아누스 이후 산탄젤로 성은 로마 제국 황제들의 영묘로 사용되었으며, 3세기 초까지 여러 황제와 그들의 가족이 이곳에 안치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쇠퇴와 함께 영묘로서의 기능은 점차 퇴색되었고, 이 구조물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됩니다.

 

2. 중세 시대: 산탄젤로 성의 군사적 역할

중세로 접어들며 산탄젤로 성은 로마의 군사적 요새로 변모하였습니다. 5세기경 게르만족의 침입이 잦아지면서, 로마 시민들과 교황청은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하드리아누스의 영묘를 요새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의 유래: 산탄젤로 성이라는 이름은 590년대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천사 미카엘이 성 꼭대기에 나타나 전염병의 종식을 예고했다고 주장하면서 유래되었습니다. 이후 성의 꼭대기에는 미카엘 천사의 동상이 설치되었으며, 이 동상은 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교황의 피난처와 군사 요새: 산탄젤로 성은 로마가 여러 차례 외부의 침략을 받을 때 교황의 피난처로 사용되었습니다. 성은 바티칸과 직접 연결되는 비밀 통로인 파세토 디 보르고’(Passetto di Borgo)를 통해 교황이 위기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통로는 1527년 신성 로마 제국의 카를 5세 군대가 로마를 약탈했을 때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이곳으로 피신하여 생명을 구한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감옥으로서의 역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동안 산탄젤로 성은 감옥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은 정치적 반대자나 죄수를 수감하는 장소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같은 역사적 인물들도 한때 이곳에 수감된 적이 있습니다.

 

3.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건축적 변화와 장식

산탄젤로 성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걸쳐 대대적인 건축적 변화와 장식을 거치며 교황권의 상징적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려한 내부 장식: 르네상스 시대 교황들은 산탄젤로 성을 군사적 요새로 유지하는 동시에, 화려한 거처로 개조하였습니다. 특히, 성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대리석 장식은 당시 예술적 감각과 교황권의 권위를 잘 보여줍니다. 이 시기 산탄젤로 성은 단순한 요새에서 나아가 예술과 권력이 결합된 공간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천사의 동상 교체: 교황 클레멘스 10세 시절인 17세기에는 산탄젤로 성 꼭대기에 있던 천사 미카엘 동상이 바로크 양식으로 새롭게 제작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미카엘 천사의 동상은 이 시기에 설치된 것입니다.

 

4. 현대의 산탄젤로 성

박물관으로서의 역할: 오늘날 산탄젤로 성은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무기, 그림, 조각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성의 꼭대기에서는 로마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로마의 상징적 장소: 산탄젤로 성은 로마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그 역사적 중요성과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에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산탄젤로 성은 주요 무대 중 하나로 등장하며,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산탄젤로 성은 아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그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중요성으로 인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성이 로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유산임을 보여줍니다.

 

산탄젤로 성은 로마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로 시작된 이 성은 군사 요새, 교황의 피난처, 감옥, 그리고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거치며 수많은 세월 동안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산탄젤로 성은 로마의 정치, 종교, 예술, 그리고 군사적 역사를 한데 담은 독특한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성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고대 로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로마의 유산을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